에셀(천사)
2006. 2. 23. 17:58
"팬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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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남자 팬티를 입는 여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들었다.
동란직후의 어머니들이 남편의 양말이나 아이들의 속옷을 누덕누덕 기워입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같이 풍요로운 물질문명 시대의 여성들이 자기들의 속곳을 놔두고서 왠 남성팬티들을 즐겨입는다는 것일까.
그렇다고 여성들에게 쑥스럽게시리 묻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의외로 상당수 여성이 남성 팬티 차림이라고 한다.
미혼여성들이 들으면 "망측, 끔찍스럽다"며 "그런 몰상식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화들짝 놀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여성은 대개가 기혼자들이라니 아무리 혼기가 꽉 찬 미혼 여성들이라도 어찌 짐작이나 할 것인가 .
결혼과 출산은 여성의 정신적,육체적 예각을 서서히 둔각으로 변화시킨다.사랑스럽고 섹시하던 아내의 처녀적 이미지가 아줌마의 철판 팻션으로 변천하는 것은 아주 잠깐인 것이다.
두살배기 딸을 두었다는 주부 이모(28)씨는 "대학시절, 친척 아주머니가 기운 남자 속옷을 입은 것을 보고 치를 떨며 혐오한 기억이 새롭다."며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남성용 팬티를 입는다고 했다.물론 기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씨는 최근에 친정에 놀러갔다가 딸 아이가 바지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남자 조카의 팬티로 갈아입힌 뒤 귀가하면서 또 한번 웃었다고도 했다.
당시 자신도 남자팬티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러다 만일 교통사고라도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면 모녀가 무슨 망신이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는 것이다.
주부 권모(32)씨도 "임신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맞는 팬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남편의 트렁크 팬티를 입어봤더니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며 둘째 애를 밴 옆집 새댁도 역시 남자 팬티를 입는다고 했다.
주부들이 남자팬티를 즐기는 것은 마치 남자가 여자치마를 입는 것 처럼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데 이런 행위는 전적으로 여자 팬티 자체의 결함 때문이라고 한다.
잘 아시겠지만 여성용 팬티는 말 그대로 손바닥 만한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입는다기 보다는 '끼운다'라는 표현이 한결 정확할 정도라며 주부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배를 눌러주는 덧댐 천, 히프를 받쳐주는 고탄력 원단, 겉옷에 팬티 선이 드러나지 않게끔 끝단을 레이스로 처리한 여자 팬티는 답답하기만 하다."
"부인용 팬티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이름 있는 메이커일수록 아예 큰 것은 만들지도 않는다. 여성용 빅사이즈는 시장 좌판에나 있을까. 아뭏든지 아무리 커봤자 남자 것 만큼은 안된다."
"요즘 남성용 팬티 중에는 앞이 트이지 않은 것들도 많지 않은가. 남자 팬티는 박하지 않고 널찍하다.재단부터 넉넉해서 좋다. 아마 임신부라면 모두들 남자 팬티를 입고 있을거다."
여성용 팬티가 이렇게 타이트하게 변모한데는 여성들 스스로의 취향에 기인한 탓이 크다. 여성의 몸매를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할수록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일수록 바지를 입었을 때 헐렁한 차림보다는 타이트한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다. 물론 이런 사연 탓에 일부 여성들은 마치 중세 유럽여성들이 코르셋을 억지로 입듯이 꽉 끼는 청바지를 목숨을 걸고 입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특이한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구조나 의상의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전천후로 나대다가 뜻하지 않은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
우리는 이를 '바지가 먹었다'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대신한다. 엉덩이 골짜기를 파고드는 바지의 모습은 섹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사실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불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만약 팬티의 경우라면 어떨까. 바지가 먹은 경우와 팬티가 먹은 경우가 똑같을까.
그것은 마치 하늘과 땅차이만큼 다르다고 본다. 엉덩이 골짜기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욕망 역시 극한적인 반응을 보이는 셈이랄까.
페티시란 그까이꺼 대충 만든다고 해서 다 페티시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엉덩이 골짜기가 먹어버린 팬티에도 이미 열광하는 '웨지걸'(wedgie girl)이라는 마니아들이 존재하는 만큼 말이다.
'웨지'의 사전적 의미로는 첫째 '쐐기 모양의 굽이 달린 여자 구두' 둘째 '엉덩이 사이로 속옷이 끼어 불편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물론 우린 후자의 뜻으로 웨지란 단어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웨지걸의 이미지는 사실 포르노의 오랜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누드사진이나 포르노그래피 사진에서는 웨지걸에 유독 많은 집착을 보이는 편이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여성의 팬티를 한껏 팽창시켜 엉덩이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어 보라. 결과는 엉덩이뿐만 아니라 성기에 까지 영향이 두루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구멍에 대한 남성의 탐욕스러운 정복 욕구를 대신한 것과 같다. 엉덩이 속으로 팬티가 얼마나 침투하는가의 강도에 따라 다양한 감정의 기복이 생겨나는 것이다.
살짝 당기는 정도에서는 장난스러움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친다면 그것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성의 최후 방어선은 팬티다. 지나친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웨지걸이란 어쩜 남성들의 강간본능을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여성의 팬티를 강제로 벗겨내는 행위는 본격적인 강간행위의 시작일 것이다. 어쩌면 웨지걸을 통하여 남성들은 팬티를 우왁스럽게 제압하고 찢어내는 성적 환상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탁월한 직물기술의 발전으로 팬티가 그리 쉽게 파괴되도록 만만하지는 않은 듯 싶다. 웨지걸 매니아의 홈페이지를 가득 채운 다양한 사진들에서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어떤 여성은 팬티의 양 끝선을 목에까지 끌어올려 걸기도 한다.
웨지걸은 대체로 혼자 놀기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놀이로서 다뤄지기도 한다. 마치 친구사이에 오고가는 천진난만한 장난처럼, 순간적인 짜릿한 고통을 주고받는 행위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기야 웨지걸은 언젠가부터 패션코드로도 등장했다. 거리에서 웨지걸 패션으로 무장한 여성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T스트링 팬티가 겉옷 밖으로 과감히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모양새가 그렇다.
팬티를 그렇게 강조하려면 상당히 짧은 골반청바지를 입던가 아니면 팬티를 끌어 올리는 수 밖에 더 있겠는가. 의자에 앉거나 쪼그려 앉은 여성의 엉덩이 위로 드러난 팬티를 보는 일도 흔하지 않던가.
그때마다 남자들은 한번씩 끌어올리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낄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남성들이 웨지걸의 성취향을 품고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여자 팔자는 두레박 팔자라 하여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장래가 결정되던 시절이 있었다. 남성들이 모든 경제권을 쥐락펴락 했던 옛날 가부장적 시절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들이 자신의 섹시함을 빌어 남성을 유혹해야만 하던 그런 시절이 아니다. 꽉 끼는 팬티를 입고 사향냄새를 피우며 전족의 고통속에서 나긋나긋한 맵씨를 보이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다.
바야흐로 남성들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여성들도 얼마든지 헐렁한 트렁크 팬티를 입고 나다닐 수 있다. 팬티제조업체는 더 이상 여성용 팬티를 구속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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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년의 사랑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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