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명가 스페인의 또 다른 상징은 자유로운 포르노문화가 아닐까 싶다. 에로와 포르노 마니아들에게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 투우의 나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페인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이 주도하던 포르노 시장의 아성을 깬 ‘프라이빗’이란 걸출한 포르노영화 제작사가
있다.
게다가 매년 10월이면 세계적인 포르노영화제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이미 이 행사는 국내에도 꽤 많이 소개됐다. 하지만 무대 위아래서
포르노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돼서 벌이는 실제 섹스는 언제 들어도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페인 사람들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포르노 축제 역시 열정적으로 동참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고 놀 자리에서 놀아야 한다던가. 포르노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스페인 사람들도 갑작스러운 누드에는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우르바누디스모’는 누드사진작업의 과정을 공개하고 있는 웹사이트다.
파인 아트 포토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쉽게 말해서 공공노출을 소재로 하고 있다. 두 명이상의 아담하고 섹시한 젊은 여성 모델. 꽤 많은
흰머리가 고스란히 보이는 중년 사내. 몽고의 변발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머리스타일의 젊은 청년. 이들이 예술을 위해 벌거벗고 길바닥을 헤매는
주인공들이다.
‘우르바누디스모’의 무대는 스페인하고도 바르셀로나 도시 곳곳이다. 포르노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라는 개방적 이미지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선택한
것일까. 아무튼 속사정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한명의 여성 모델 혹은 그 이상의 남녀 혼성 누드모델들은 바르셀로나를 실오라기 하나 없이 떠안고
있다.
그들은 평일에도 수 천 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람블라 거리에서도 벗었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에서 더 이상 누드로 활보하지 못할 곳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색색깔의 모자이크 조형물들이 기억을 떠나지 않는 구엘파크 역시 공공노출의 무대가 됐다.
이들이 시도한 공공노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진다. 첫째는 도심 속의 누드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다. 얼핏 보기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장르이긴 하다. 하지만 도시와 여체의 조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시도돼 왔던 컨셉 중 하나다.
둘째는 일상 속의 누드다. 공원, 광장, 카페에서부터 심지어 자동 세탁소까지 누드습격을 감행한 결과는 비교적 신선해 보인다. 어쩌면
공공노출은 모델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오히려 벌거벗은 당혹스러움에 봉착한 평범한 시민들의 표정과 감정변화에 더 큰
매력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르바누디스모’라는 웹사이트에는 공공노출과 마주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도 함께 공개해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보다 유쾌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자못 비장해 보이는 공공노출이 가벼운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개개인의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낙천성이 고스란히 엿보인다고나 할까. 공공노출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 누군가는 예술을 위해, 누군가는 자연주의의
실천을 위해, 누군가는 남의 이목을 끌기위해 옷을 벗는다. 혼자만 누드가 된다는 사실은 고립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공공노출만큼은 고립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교감을 나누게 만든다.